나는 케논이 좋다, 니콘이 좋다, 라이카나 핫셀이 좋다고 떠벌이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만나면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난다. 카메라는 ‘해상도’를 표현하기 위한 장비가 아니다. 사진을 찍는 장비다. 해상도가 좋은 사진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부러 노이즈를 주거나 거칠게 프리트해서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을 만들어 내는 작가도 얼마든지 있다. 
  
  내 친구 중에 오디오 시스템을 1억 정도를 들여 듣는 친구가 있다. 진공관 엠프에 스피커도 어마무시하게 크다. 어느 날 그 친구와 음악을 즐기는 사람과 내가 같은 자리에 앉게 되었다. 친구는 자신의 오디오를 자랑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그가 하는 말을 다 듣더니 하는 말이, “선생은 소리를 즐기시는군요. 저는 음악을 즐깁니다.”

  나는 순간 머리가 번쩍 깨는 줄 알았다. 그 사람은 음악 메니어 였고 내 친구는 ‘소리’ 메니어 였던 것이다. 실로 내 친구는 그 비싼 오디오를 가지고 있었지만 거기에 상응하는 소프트웨어가 없었다. 음반이 많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는 소담한 장비에 아주 많은 음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자리가 무색해지고 어색해지자 내가 조용히 말을 듣던 친구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1억이라는 돈을 들여 시스템을 조율하고 엠프를 바꾸고, 스피커로 가는 전선을 다양하게 바꾸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그러자 그 친구는,
  “그런 분들 덕분에 오디오 시스템의 질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좋아집니다. 그런 가치가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상도나 렌즈의 특성을 따지는 당신 덕분에 좀 더 좋은 장비가 탄생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당신의 사진이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아, 생각난 김에 한마디만 더 하자.
  “프로는 사진 자랑하고, 아마는 카메라 자랑한다.”는 말이 있다. 
  
  당신은 무엇을 자랑할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당신의 수중에 있는 카메라다. 당신과 함께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며 거침없이 일을 해주고 즐거움을 주는 카메라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당신은 ‘사진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


- 사진가 김홍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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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ard 2010.05.19 13:35